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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색도시/Scene 2013. 8. 9. 06:22 |

-아저씨는 왜 항상 그렇게 쉽게 말해요?

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

-너 정육점에서 쓰는 칼 알지, 큰 거

-건 또 왜요. 하여튼 말 돌리는덴

-아 좀 들어봐, 기사를 쓴다는 건 말이야

도륙이야.

그 커다란 칼로 필요 없는 부분을 숭덩숭덩 잘라버리는 거지.

이를테면 발버둥이라던가 인내라던가 미움이라던가

사랑 같은 거.

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거야.

누군가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고기가 되어버리지.



---


-그래도 우리 순경아가씨는..

-혜연이.

혜연이라고 불러주셨죠, 그 때는.

-하하 이거,

숙녀를 함부로 이름으로 부르기엔 내가 너무 신사라

-재호씨.. 밖에 안남았네요. 이제..


아빠를 기억하는 사람.




---



그 날 이후로

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쳤지

그런데 가장 미쳐버리는 순간은 언젠지 알아?

돌아보니까

나를 찾아주는 누군가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야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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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전 정말 기뻤어요.

아저씨가 무사히 돌아와서..

-알아

그래서 돌아왔지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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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De.lion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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